트럼프 이제서야… “코로나 백신 훌륭, 접종 추천”

입력 2021-03-17 18:00 수정 2021-03-17 18:10
코로나19 백악관 브리핑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날 뽑은 많은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참여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캠페인에는 홀로 불참을 선언했던 그가 돌연 지지자들을 향해 접종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백신 회의론자 중 많은 이들이 내게 투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고, 그에 따라 살 권리도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백신은) 훌륭한 백신이다. 안전하며 효과도 있다”며 “나는 백신을 맞고 싶어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접종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부작용 등을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화당원들을 중심으로 회의론자들이 상당하다. 지난 11일 PBS·뉴스아워·NPR·마리스트폴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공화당원의 49%,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47%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접종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나타났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중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92%가 백신 접종을 원하는 반면 공화당원은 50% 정도만 접종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지난 14일 그에게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설득해달라고 부탁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임기 중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파우치 소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그가 퇴임 후에야 파우치의 부탁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파우치 소장은 1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신을 거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원 사이에서 갖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영향력’을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