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고위급이 처음 대면하는 18일(현지시간) 앵커리지 회담에서 구체적인 협상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은 서로의 관심사를 직접 확인하면서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설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일회성이며 대화 메커니즘의 재개나 시작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앵커리지에서의 대화는 보다 광범위한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는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구체적인 협상 결과물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이 함께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일은 이전에 없던 독특한 형식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정책에 있어 통일돼 있고 공동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조합이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중국 정부는 과거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이 서로 배척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며 “중국이 과거에 우리를 갈라놓기 위해 했던 게임은 여기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중·미 고위급 전략 대화’라고 칭하지만 미국은 ‘앵커리지 회담’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양자 회담을 할 때 통상 국무·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담 형식을 유지한다.
미 국무부가 중국의 분열 시도를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회담 성격을 일회성으로 규정한 건 회담에 임하는 강경 기조를 보여준다. 동시에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를 다루기 전 기선제압 의도도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국 역시 이들 문제에선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렇듯 미·중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해 이번 회담에서 서로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워싱턴 중미연구소의 소우랍 굽타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측의 레드라인과 국가적 우려가 앵커리지 회담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윤 선 동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도 “홍콩과 신장을 포함한 인권 문제는 미국 측의 최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중국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정치국원간 회담 때처럼 미·중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