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단일화 결과가 양당 존립뿐 아니라 후보 개인의 정치 운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양측은 17일 단일화 여론조사와 관련해 여당 후보와의 가상대결 실시, 유·무선전화 방식 포함 여부 등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야권에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 이후까지 협상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당초 16일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고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한다는 계획은 엉클어졌다.
안 후보 측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가상 대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박 후보가 각각 오 후보, 안 후보와 맞붙은 상황을 가정해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가상 대결이 경쟁력을 측정하는 데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가상 대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 비해 1대 1 경쟁력 조사에서 안 후보가 강세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쟁력 조사 방식에선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선뿐 아니라 유선전화 조사를 여론조사 방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선전화 조사는 고연령층 응답률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후보가 고연령대 보수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유선과 무선 조사 방식을 섞어 실시한 여론조사가 가장 민심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사례가 있다”며 “정확한 민심 측정을 위해 유선전화 조사를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는) 단일 후보를 하려면 자기 고집만 부리면 안 된다”며 “어떻게 보면 떼를 쓰는 것 같은 인상”이라고도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쓰지 않던 방식을 국민의힘 쪽에서 가지고 나왔다”며 “(국민의당은) 비상식적 요구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의 정치적 결정을 그의 부인이 대신 내린다는 오 후보 캠프 관계자의 ‘여상황제’ 공격에 대해선 “김종인 위원장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다”며 “(김 위원장 부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유사한) 이야기도 여의도에 많이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화가 불발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로 벌써 거론되고 있다. 그다음 단일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마지노선은 선거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인 오는 29일 이전까지다. 사전투표 시작일인 4월 2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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