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박원순 피해자에 “‘피해호소인’ 표현 사과”

입력 2021-03-17 16:34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왼쪽)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국민일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양 최고위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셨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사건 초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피해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저의 작은 사과가 피해자께서 안고 계실 절망 중 먼지 하나 만큼의 무게라도 덜어낼 수 있길 바랄 뿐”이라며 “피해자께 죄송하고 저 스스로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거듭 사과했다.

양 최고위원은 “일하는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권력형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저를 되돌아보게 됐다”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 민주당의 잘못으로 생긴 선거다. 피해자에 이뤄지고 있는 2차 가해 역시 우리 당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으로서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며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부터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양 최고위원은 “피해자께서 겪은 피해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사실”이라며 “사실에 도전하는 행위는 당이 먼저 나서서 엄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앞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특혜분양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가 남인순 의원을 당 차원에서 징계해달라고 했다’는 질문에 “그거 관련해서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박원순 피해자가 당대표(이낙연)와 박영선 후보의 사과가 뭐에 대한 것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고 묻자 “내가 잘 모른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이 ‘(민주당) 대표의 사과가 뭐에 대한 사과였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고 전하며 재차 입장을 묻자 “좀 보고 이야기하겠다. 아직 모르겠다”라고 말하고는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의) 기자회견 관련해서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대응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입장이 없다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칭했던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 측에 미리 알린 남인순 의원을 향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고민정, 진선미 의원 등은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원장과 대변인 등을 맡고 있다.

또 “이낙연 대표님이나 박영선 후보님이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히 짚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사과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