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휴가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정부가 적용 대상과 소급 적용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는 일선 대형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접종 이후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백신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선 주요 기업들이 ‘데이오프(휴일)’가 아닌 ‘타임오프(휴식시간 또는 반차)’ 방식을 도입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7일 0시 기준 62만1734명이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27만3302명이 접종을 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폭풍’이 예상보다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모(33)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첫날에는 아무 증상이 없어 일을 마치고 퇴근했지만 그날 밤엔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의 오한에 시달렸다. 이튿날 출근했으나 열이 38도까지 올라가 결국 오후에 반차를 냈다.
박씨는 “같이 백신을 맞았던 선생님 5명 중 4명에게서 발열이 나타났다”며 “타이레놀을 미리 먹고 백신을 맞았던 동료도 결국 발열 때문에 반차를 썼다”고 말했다. 반차를 쓸 수 있는 상황이면 다행이라고 했다. 밤 근무가 잡혀있거나 근무를 도저히 뺄 수 없는 의료진은 아파도 일을 해야 했다. 박씨는 “백신 휴가를 도입하면 이미 휴가를 소진한 이들에게도 소급 적용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구체적인 백신 휴가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백신 휴가에 대해 “언제부터 도입할 것인지, 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유급 방식으로 할 것인지, 무급 방식으로 할 것인지,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 것인지,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할 것인지, 모든 접종자에 대해서 의무 적용할 것인지 등 정리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접종 당일 3~4시간의 휴식시간(반차)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뱅크 오브 몬트리올은 백신을 맞는 직원들에게 3시간의 유급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 백신은 2회 접종하므로 두 번의 휴식을 받을 수 있다.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도 직원들에게 유급으로 휴식시간을 주고 있다. J.P.모건은 8시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하루 최대 4시간씩, 연간 두 번 반차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최대의 상장 자동차 보험사 중 하나인 올스테이트는 3시간을 쉴 수 있게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