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송국가산단 예정지에 이주자 택지를 노리고 우후죽순 들어선 조립식 주택(일명 벌집)과 논밭을 가득 채운 묘목에 대한 실체가 밝혀 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벌집 조성 시점과 과정이 일부 드러났지만 누가 어떻게 조성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16일 지자체와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이곳에 벌집 건축허가가 떨어진 건 2017년 9월 전후다. 이 시점은 충북도가 2017년 11월 이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고시하기 두 달 전이었다. 벌집 건축허가 이후 11개월이 지난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는 ‘오송 첨단 바이오·뷰티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 도면 유출 가능성은?
충북도는 도면 유출 가능성에 “비공개 사안이라 외부에 반출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산단 예정지가 2019년에 50만평 정도 축소됐는데도 100여개 넘는 벌집들이 보상을 받게 됐다”며 “100여개의 벌집들은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목소리로 전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 일대에 조성된 벌집을 최대 300여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개발 면적이 8.46㎢(256만평)에서 6.75㎢(204만평)로 축소되면서 100여개 정도만 이주자 택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벌집 소유자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지자체 공무원에게 “서둘러 땅을 사라는 말도 들었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공무원 등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첩보 수집 단계”이라며 “아직까지 직접 들어온 제보는 단 한건도 없다”고 말했다.
◇ 작년에 LH 직원이 다녀갔는데?
상당수 주민들은 지난해 11월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이 일대 방문을 확인했다. 이 지역 주민 A씨(88)는 “최근 자신을 LH직원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이 경비원에게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겠다고 열쇠를 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들이 예정지가 훤히 보이는 옥상에 올라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15층 건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LH 직원 방문 시점이 개발 계획 초기가 아닌 내년 하반기 보상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투기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LH 직원에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들의 방문 목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방의원 조사 대상 제외 왜?
지자체가 산단 예정지 공직자 투기 조사에 나서고 있는데 지역사정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제외됐다. 지자체를 견제·감시하는 지방의회를 거꾸로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조사할 수 없다는 이유다.
청주시만 보더라도 친인척 관계가 많고 부부 공무원도 300쌍에 육박해 각종 정보가 공유될 가능성이 넘쳐난다.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모든 조사과정 공개, 관련자 엄벌, 재발 방지대책을 추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의회 전수조사는 지자체의 행정 권한 밖의 일”이라며 “경찰 수사나 지방의회가 자체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정부나 LH에 국한된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북도와 청주시가 자체조사를 한다고 발표했으나 지역·시기·대상을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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