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성용 아니라고 했어” 또 상황 반전시킨 녹취록

입력 2021-03-17 14:53 수정 2021-03-17 15:05
연합뉴스

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이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PD 수첩’ 보도에 유감을 표했다. 이어 피해를 주장하는 제보자 D씨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D씨와 그의 법률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 둘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강력 주장했다.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서평의 송상엽 변호사는 17일 긴 입장문을 보내 “PD수첩은 국민에게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 (방송 전) D씨의 육성을 제공했으나 대부분 방송되지 않았다”며 “눈물 흘리며 진실을 폭로한다던 D씨의 목소리를 국민께서 직접 들어보시고 이번 사태의 진실을 판단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총 9개의 녹취록 파일에는 기성용이 성폭행 가해자가 아님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D씨 발언이 담겨 있다. D씨는 “(사건 보도 후) 우리가 ‘오보다. (정정) 기사를 써달라’ ‘기성용 아니다’라고 했는데 (박지훈)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걸 오보라고 해버리면 대국민 사기극이 되니까 자기는 한국에 못 산다고”라며 “자기(박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름을 깠거든. 막말로 누가 까라고 했냐고. 우리가 그냥 한 얘기가 흘러나간 건데. 자기가 싼 똥 치워야지 뭐”라고 말하고 있다.

또 박 변호사를 통해 ‘기성용 측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기사화된 데 대해서는 “그런 거 전혀 없다” “자기들끼리 소설 쓰는 거다”라며 부인했다. 이어 “박 변호사한테 ‘왜 이렇게 나갔냐’ 물었고 ‘실수했으니 다시 기사를 내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본인 입장이 있으니까”라며 박 변호사가 자신에게 확인과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건을 마음대로 언론에 흘렸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확인과 동의도 안 받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런 D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개질의 드린다. 상대방 측 변호사는 D씨의 말대로 D씨의 동의와 확인도 없이 언론에 제보한 게 맞느냐”며 “만일 D씨의 동의를 받았다면 두 사람의 진술이 상충된다. 둘 중 한 명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녹취록에는 D씨가 기성용에게 전달해 달라며 “오보 기사 나가는 쪽으로 얘기하고 있고, 성용이 형 쪽에서 명예훼손 같은 걸 걸 수 있는데 그런 거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해줘”라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송 변호사는 이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 정말 피해자라면 오보라고 내줄 테니 가해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걸지 말아 달라고 저렇게 사정을 하겠느냐”며 “잘못한 사람이 빨리 문제를 덮기 위해 오보라고 정정을 하면 굳이 명예훼손을 걸어 일을 키우지 않는다. 저것이 사건 초기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결에 나온 D씨의 본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방 측이 처음에는 ‘아주 확실한 증거가 있다. 바로 공개하겠다’고 하다가 기성용 측에서 ‘즉시 공개하라’고 하니 갑자기 ‘증거 공개 못한다. 기성용이 고소나 소송을 하면 법정에서만 공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소송을 하게 되면 1심, 2심, 3심까지 수년 동안 기성용이 의심받는 기간만 길어지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가 “나는 (박 변호사에게) 더 이상 안 움직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언론에 내 이름이 나와도 가만있을 거다. 어차피 나는 잊혀지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는 녹취록을 덧붙였다.

D씨의 중학교 직속 후배의 발언을 주요 증언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송 변호사는 “기성용과는 일면식도 없고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후배가 중재할 요량으로 양측에 서로 듣기 좋은 말을 만들어 한 것을 마치 기성용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상대방은 인용했다”며 “그러나 해당 후배는 D씨가 자신을 이용할 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 첨부한 녹취록에는 D씨의 후배가 “제 말이 무슨 증거라고 이용하나. 황당하다. 피해자라는 사람들도 그걸 다 알면서 저를 이용하는 게 참 너무하다”고 말하고 있다. D씨 역시 “네가 거짓말을 했다고 쳐. 그럼 성용이 형 쪽에서 너를 몰아가”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송 변호사는 “방송에서 상대방 측은 마치 대단한 추가 증거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소송에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 확실한 증거가 진실이라면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기성용이고 그가 증거 공개를 원하니 법적인 장애는 없을 것”이라며 “증거에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데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조치(모자이크 처리, 목소리 변조 등)를 하고 공개하면 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증거를 국민 앞에 공개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장애 사유가 있다면 뭐든 말하라. 제거해주겠다. 상대방 측이 보기에 확실한 증거라면 국민들 보시기에도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진실을 밝힐 기회를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하며 시간 끌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즉시 공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전날 방송된 ‘PD수첩-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 “(기성용 등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고 구강성교를 할 때 느낌까지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주장한 제보자들 역시 “스포츠 뉴스가 끝나면 불을 껐다” “매일 그 장소(합숙소)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등의 주장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