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철원군, “군인 주소지 이전 철저한 실익검토 필요”

입력 2021-03-17 14:53 수정 2021-03-17 15:28
강원도 화천·철원군이 강원도가 추진하는 ‘군 장병의 도민화 운동’에 대해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군 장병의 주소지를 옮기려다가 오히려 지원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군인 주소지 이전을 위한 주민등록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다각적이고,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천군에 따르면 지역에서 군 복무를 하는 모든 군 장병이 주소 이전 시 인구 2만7000명이 증가해 보통교부세가 233억원 증가한다. 보통교부세는 정부가 인구수를 기준으로 산정해 지자체에 배부하는 예산이다.

하지만 이는 계산상의 수치일 뿐 현실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화천군의 입장이다. 화천군 모든 지역은 낙후지역으로 지정돼 연간 219억원의 교부세가 지원되고 있지만, 군인 주민등록 이전 시 인구가 늘어나 이를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만5000여명에 불과한 인구가 5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면 급격한 행정수요 상승으로 행정처리와 복지비용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화천군의 설명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접경지역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득과 실을 자세히 검토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장병의 의견을 먼저 반영하고, 주소 이전에 따른 지방재정 검토 등 다른 측면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16일 도와 행정안전부에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 군수는 “진정한 지방자치는 그곳에 사는 주민의 의사에 의해서 선택받고, 주민이 이끌어 가는 것인데 지역의 현실을 모르는 군 장병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군 장병 주소지 이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은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판단으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추진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김병주·도종환 의원이 발의한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이 개정되면 군 장병은 자신이 군 복무를 하는 지역에 주소를 이전할 수 있다. 강원도는 개정안이 통과돼 도내에 복무하는 군인 15만명이 부대가 속한 시군으로 주소를 옮기면 보통교부세가 지금보다 714억원 늘 것으로 추산했다.

도내 5개 접경지역 가운데 고성은 개정안에 대해 찬성, 철원과 화천은 반대 입장을 각각 표명했다. 인제와 양구군은 법 개정 이후 실익을 검토 중이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