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두 달간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500여건 발생했다는 인권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인권단체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는 아시아계 혐오 사건 신고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347일간 총 379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두 달간 발생한 혐오 사건은 503건에 달했다.
보고서에서 혐오 사건 피해자 인종은 중국계가 42.2%로 가장 많았고, 한국계(14.8%)와 베트남계(8.5%), 필리핀계(7.9%)가 뒤를 이었다.
대체로 언어를 사용해 괴롭혔지만 폭행이나 상대방을 향해 침을 뱉는 행위도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혐오 사건 유형은 ‘욕설과 언어희롱’이 68.1%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계를 피하거나 꺼리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20.5%로 그다음이었다. 폭행은 11.0%, ‘침을 뱉거나 기침을 했다’는 경우는 7.2%였다. 또 ‘페퍼 스프레이(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떠나라며 내쫓았다’ 등의 사례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이 35.4%로 최다였고 이어 길거리(25.3%) 온라인(10.8%) 공원(9.8%) 대중교통(9.2%) 순이었다.
단체는 보고서에서 “신고된 혐오 사건은 실제 발생한 사건의 극히 일부”라면서 “아시아계가 어떤 차별을 받는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뉴욕주에서 80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등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김규찬 교수는 국민일보에 “실제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최근에는 인종폭력에 대해 더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코로나19라는 가시적인 현상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아시아 전염병으로 지칭하면서 아시아인을 (혐오의)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도 일정 부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 등 인종폭력을 정책적으로 대처하려는 부분이 부족하다”면서 “정치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와 격차가 인종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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