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 축복됐다”

입력 2021-03-17 11:43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모습. 판씨네마 제공

“제 할머니가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서 저에게 축복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 ‘미나리’를 만든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17일 배급사를 통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집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준 내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특별히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화를 응원해주고, 세계 무대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작품이 영예를 누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준 한국의 관객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열망하며 미국 남부로 떠난 1세대 한인 가족의 정착기다. 한국계 미국인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미국 독립 영화로, 그가 소감에서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감사를 돌린 건 이런 이유에서다.

‘미나리’는 다음 달 25일 개최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중 여우조연상(윤여정)을 포함해 최고 영예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스티븐연),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영화계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윤여정은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며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된 스티븐 연은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훌륭한 배우 및 제작진과 인생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고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