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붓고 담뱃불 지져” 中 스포츠계도 학폭 파문

입력 2021-03-17 06:31 수정 2021-03-17 10:13
학교폭력 피해자 신체의 흉터. 관찰자망 캡처

국내 스포츠·연예계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학생 운동선수 선후배 간 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16일 관찰자망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허베이성 체육국 체조·역도·유도 운동관리센터에서 10살 안팎의 체조선수 5명이 15살 선배 2명으로부터 4~5일간 폭력 피해를 당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센터는 허베이성의 체조·역도·유도 분야 우수선수를 양성하고 팀을 조직·훈련해 대회에 참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가해자들은 평소에도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왔으며 감독이 다른 선수들을 데리고 대회 출전을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구타는 물론 끓는 물을 들이붓고 라이터나 담배꽁초로 몸을 지지고, 콧구멍에 계란이나 세제를 붓기도 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진술이다.

이 센터는 폐쇄식으로 운영되고 한 달에 한 번 학부모가 방문할 수 있는데, 학부모들은 방문 기간에 자녀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초지종을 물은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

진단 결과 피해자들은 얼굴·목·가슴·등·엉덩이 등 각 부위에 화상과 열상 등을 입은 상태였다. 또 곳곳에 멍이 들고 담뱃불로 지진 흉터가 남아 있었으며 청력 손상으로 1주일간 입원한 학생도 있었다.

피해자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 후 가해자 한 명의 학부모는 치료비 명목 등으로 총 45만 위안(약 783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다른 가해자 한 명의 학부모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여 결국 피해자 측이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중국 법률상 만 14~16세인 경우 고의상해로 중상·사망에 이른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폭력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최종진단은 경상으로 나왔다.

이후 한 가해자의 학부모는 연락이 안 됐고, 합의했던 다른 가해자 학부모도 실제로6만5000위안(약 1131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측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피해자 학부모들은 센터 측도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상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 측은 “가해 학생들에 대해 훈련 중단 처분을 내리고 감독·관리자를 문책했으며, 숙소와 체육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