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지분 쪼개기’로 반년 만에 5억 수익

입력 2021-03-17 05:52 수정 2021-03-17 09:47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 뉴시스

부동산 한탕 투기 광풍 중심에 선 세종시에서 2억원선이던 산기슭 땅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6개월 만에 7억여원에 되팔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농업회사 법인 대표 A씨(55) 등 2명은 2017년 11월쯤 2억4000여만원에 사들인 세종시 전의면 과수원 부지 약 8000㎡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 이어 A씨 등과 알고 있던 부동산 매매업자 B씨(59·여)는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아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는 등 홍보를 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농지 취득을 희망한 14명은 2018년 5월까지 165∼1652㎡로 나뉜 해당 토지를 각각 매수했다. 투자자들의 토지 매수 금액은 총 7억여원으로 확인됐다. 이들도 “주말 농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는데, 이는 거짓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최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 중 A씨와 B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1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판결에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분 쪼개기로 땅을 매입한 14명의 경우 범행 가담 정도와 매입 땅 규모 등에 따라 벌금 50만∼500만원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비슷한 시기 세종시 연서면 한 계획관리구역 길 없는 땅(맹지)을 33∼66㎡씩 잘게 쪼개 1400만∼2400만원선에 매입한 뒤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이들 역시 벌금 100만원형을 받기도 했다. 한 농업회사 법인이 3700여만원에 산 529㎡의 이 땅은 불과 두 달 새 11명에게 2억여원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시는 2016년 이래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 순위 1위를 지켜왔다. 기획부동산과 이른바 ‘지분 쪼개기’ 수법 등의 투기 행위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조사 결과 시내 임야 중 20명 이상 공유지분인 토지는 381곳이었고 이 중 100명이 넘는 사람의 공유지분인 토지가 52곳에 달했다. ‘행정 수도 이전’이라는 호재에 지난해 외지인이 세종시에 사들인 땅과 아파트는 도시가 생긴 이후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의 부동산 투기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