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약진, 예견된 흐름… 코로나19가 바꾼 아카데미 풍경

입력 2021-03-17 05:00
넷플릭스 영화 '맹크'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흔들었다. 지난해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이 급격히 늘면서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가 부쩍 증가했다. 시청 방식의 변화와 맞물린 코로나19 확산세는 영화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아카데미가 후보를 선정할 때 기준으로 내세웠던 ‘미국 LA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라는 규정을 완화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역 확장은 코로나19로 가속한 것은 맞지만, 예상하지 못한 흐름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콘텐츠 향유 방식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다.

제93회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가장 노미네이트된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맹크’다. 데이비드 핀처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미술상 등 10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이밖에도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힐빌리의 노래’ 등 넷플릭스 영화 16편이 총 3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아카데미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여러 영화가 개봉을 미루기도 했지만, 아카데미가 넷플릭스에게 빗장을 열어준 영향도 있다. 당초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정한 후보 기준은 미국 LA 극장에서 최소 7일간 개봉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맨’ 등은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서 아카데미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규정을 흔들었다. 지난해 3월부터 바깥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LA 영화관은 모두 문을 잠갔다. 때문에 아카데미의 기준도 유명무실해졌다. AMPAS는 올해 시상식은 온라인 개봉작도 후보에 올릴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영화 산업에서 넷플릭스가 갖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시청자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에서 콘텐츠를 향유하는데, 이 흐름은 급격히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가 온라인 콘텐츠에 벽을 허문 것은 이런 영화계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