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반’ 밀거래 여전… “건강에 좋다” 노인들 찾아

입력 2021-03-16 18:09 수정 2021-03-16 18:13
중국의 한 약지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간 태반. 중국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중국에서 매매가 금지된 사람 태반이 알리바바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에선 주로 노인들이 건강에 좋다며 태반을 먹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중국중앙(CC)TV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태반의 상업적 거래를 금지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암시장에서는 태반이 비밀리에 팔리고 있다. 중개상들이 병원이나 장례식장, 의료폐기물처리장 등에서 나오는 태반을 80위안(약 1만4000원)에 사들여 이를 다른 업체에 수백위안을 받고 되팔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알리바바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셴웨이서도 태반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는 이달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태반 거래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상하이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현재 중국 병원은 태반을 산모에게 돌려주거나 원하지 않으면 의료폐기물로 처리한다”며 “많은 산모들이 태반을 집으로 가져가 먹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특히 노인들은 태반이 영양분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다고 여겨 먹는 일이 일반화돼있다고 한다. 태반을 직접 먹는 걸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가루로 가공하는 사업도 성행 중이다.

중국 산시성에 사는 22개월 된 아이 엄마는 현지 매체에 출산 전 어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태반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모는 출산 후 태반을 병원 인근 업체로 보내 가루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은 시아버지를 위해 태반 캡슐을 만들었다”며 “금방 만들 수 있고 비용은 500위안(약 8만7000원)도 안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반에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B형간염, 매독 등 각종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어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가공업자는 “말린 태반이 진짜라는 건 보증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태반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보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태반의 상업적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법령은 아직 없어 안후이·장쑤·허난성 등 일부 지역에서 태반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태반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의료폐기물 관리 규정에 따라 불법 이득의 5배 이내에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 이득의 50배 수준으로 벌금을 상향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