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무너진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30년 만에 ‘포괄적 증세’ 카드를 꺼내들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하는 재계 및 정치권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15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연방세율 인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경기부양안 시행 및 인프라 건설 추진 등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때 세금 감면 축소를 추진한 적은 있지만 미국 정부가 포괄적 증세안을 추진하는 것은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증세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당시 증세안이 실현되면 세수 증가 규모가 향후 10년간 2조1000억 달러, 많게는 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이 시점에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재정 지출 증가, 수입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미국 정부의 재정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10~12월 정부의 재정적자는 5729억 달러(약 647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7% 늘어난 수치다.
법인세의 경우 현행 21%에서 28%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수준에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는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와 자본이득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10억 달러 자산가에게 1%의 부가세를 추가하는 이른바 ‘부유세’ 추진 움직임도 일고 있다.
통신은 “증세 계획은 경제 재건뿐만 아니라 세금 제도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이 계획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증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올리는 데신 국세청의 세금 징수 집행을 강화하자는 것이 공화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 의원들도 증세 지지에 대해 다소 머뭇거리는 분위기”라면서 “일부 의원들은 팬데믹 이후 실업률이 높은 상태에서 증세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에버코어 ISI의 공공정책 분야 책임자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전 경제 보좌관이었던 사라 비안치는 “바이든 대통령은 언제나 조세정책이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모든 정책에 그 관점을 적용해왔다”면서 “그래서 (이 계획에 있어서도) 노동과 부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