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中 시장 공략 나선 폭스바겐…LG·SK 울고 삼성 웃는다

입력 2021-03-16 16:20
토마스 슈몰 폭스바겐 이사가 1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파워데이' 행사에서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발표 중이다. 폭스바겐 유튜브 캡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1위 각축전을 벌이는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개발·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원하는 성능의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비용 절감, 공급 안정성 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파워데이’ 행사에서 2023년까지 비용과 성능을 개선한 새로운 각형 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개를 세워 폭스바겐 그룹 전기차의 80%에 새로운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토마스 슈몰 폭스바겐 이사는 “통일된 각형 배터리셀(unified prismatic cell) 디자인을 적용해 배터리 제조 비용을 보급형 차종 부문에서 최대 50%, 대표 차종 부문에서 최대 30%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폭스바겐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관계 재정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을 대체할 만한 완성차 고객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 형태, 소재 등을 다변화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1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파워데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발표했다. 폭스바겐 유튜브 캡쳐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내재화 발표는 예정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은 2019년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 지분의 20%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 궈쉬안(Guoxuan) 지분의 26.5%를 인수했는데 양사 모두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폭스바겐이 유럽과 중국에서 전기차-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향후 10년간 폭스바겐에 15조원 상당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는 폭스바겐의 협업 전략이 테슬라-파나소닉, GM-LG에너지솔루션 만큼의 시너지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노스볼트와 궈쉬안 모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만큼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노스볼트의 경우 2016년에 설립돼 배터리를 양산해본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에 가깝다는 평이다. 궈쉬안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2.7%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에 각형 배터리를 이미 공급 중인 CATL이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것”이라며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폭스바겐과 CATL의 협력이 우선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폭스바겐의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CATL과 더불어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에도 기회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는 올해 헝가리 법인에 약 1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증설이 마무리되면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0GWh에 달할 것으로 본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