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스페인도 AZ백신 금지… 사실상 유럽 전역서 접종중단

입력 2021-03-16 15:58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가들이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의 권고에 따라 AZ 백신 접종을 1·2차회분 모두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백신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유럽의약품청(EMA)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MA 판단이 나올 때까지 AZ 백신 접종을 잠시 멈출 것”이라며 “EMA가 AZ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와서 접종을 빨리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번져나가는 AZ 백신에 대한 불신은 일부 국가에서 보고된 ‘혈전 논란’에 따른 것이다. 앞서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AZ 백신을 맞은 의료진에게서 혈전과 출혈 등 부작용이 관찰됐다는 발표를 내놨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불가리아 등은 접종을 중단했다.

여기에 포르투갈과 슬로베니아 등도 접종 중단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서 AZ 백신 접종은 금지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EMA의 최종 평가를 지켜본 후에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MA는 오는 18일 AZ 백신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AZ 백신에 문제가 없다며 재차 접종 권고를 내렸다. WHO 대변인은 이날 “백신과 혈전 현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접종을 이어나가 바이러스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도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라면서도 “AZ 백신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발생 확률을 고려하면 백신이 주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AZ가 자사 백신을 접종받은 170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부작용 발생 확률은 높지 않았다. 총 15건의 심부정맥 혈전증과 22건의 폐색전증이 보고됐는데, 이는 자연 발생률보다도 낮은 수치다. 모더나와 화이자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 접종군과 비교해봐도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

유럽 지역 접종량의 상당분을 차지하는 AZ 백신이 사용 중단됨에 따라 EU 회원국의 접종 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AP통신은 “EU는 이미 공급량 부족 등 지연 요인들로 인해 접종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AZ 백신까지 금지되면) 미국과 영국에 비해 심각하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CNN도 “EU 주요국들이 세계적 의학기관과 권위자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반대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더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변이바이러스가 퍼지며 ‘3차 유행’이 유럽에서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