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듯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정 업종을 집중 매수하며 수익률을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매수세가 주춤한 사이 외국인이 주도권을 잡은 모습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최근 한 달간 코스피와 외국인 수급 간 상관계수가 0.85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사면 코스피가 오르고, 팔면 빠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는 같은 방향성을 가진다.
그동안 증시를 주도해온 개인의 수급과 코스피 간 상관계수는 -0.88로 역의 관계를 보였다. 코스피 수익률이 개인 수급과 반대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금융, 철강, 운송, 통신 등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컸던 IT가전, 자동차, 건설·건자재, IT소프트웨어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나금융지주를 1조4000억원어치 사들이는 등 금융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 중이다. 이 기간 KRX은행업지수는 11.1% 상승했다. 1.8%에 그친 코스피 수익률과 대조된다. 은행업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계속 고꾸라지다 지난주 후반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이날 코스피는 3067.17로 마감하며 지난달 16일 종가(3163.25) 대비 3.0% 하락한 상태다. 이 기간 외국인은 2조900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8800억원으로 이전에 비해 매수세가 약해진 상황이다.
수개월간 매도 우위였던 외국인은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5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외국인의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완만한 물가 상승기에 맞춘 매매)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주말부터 지급된 미국 재난지원금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면 성장주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