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상태로 교통사고를 당한 떠돌이 소의 배에서 쓰레기 71㎏이 쏟아져 나왔다. 수개월간 도시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AFP통신·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인도 하리아나주 파리다바드에서 떠돌이 암소 한 마리가 차량에 치였다.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진 암소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암소는 새끼를 밴 상태였고, 충격적이게도 배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의료진은 암소가 자신의 배를 발로 차며 고통을 호소하자 4시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배를 열어보니 암소의 위장 안에는 소화되지 않은 바늘, 동전, 유리 파편, 나사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 위장뿐만 아니라 배설기관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굶주린 암소가 수개월 동안 도시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먹은 탓으로 추측된다.
이후 의료진은 수술로 쓰레기를 모두 제거하고, 새끼의 출산을 도왔다. 하지만 송아지는 출산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쓰레기를 먹은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데다 배 안에 자리 잡을 공간도 충분치 않았던 탓이었다. 어미 소 역시 사산하고 3일 후 숨이 끊어졌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매우 복잡하다”며 “외부 물질이 들어가서 오래 있으면 장기에 고착될 수 있고 배에 통증도 수반하게 된다”며 “예전에도 이런 수술을 했지만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놀랍다. 인도인들이 소를 신성시하면서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소는 매우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진다. 특히 암소는 액운을 쫓고 행운을 불러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들이 도시를 배회하면서 먹이를 찾아 쓰레기를 뒤지는 사례가 많아 갖가지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인도 동물단체는 이렇게 도시를 배회하는 소만 5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