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사태 30년…여전히 풀지 못한 낙동강 물 문제

입력 2021-03-16 13:30
대구 취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매곡정수장 부근 낙동강 전경. 뉴시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오염 사태로 불거진 낙동강 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페놀 사태 30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진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6일 “대구 취수원 문제를 지역 간 갈등이라며 수수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문제해결의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며 “구미시민의 요구사항들이 주무부처인 환경부뿐만 아니라 국토부, 농림부, 산자부 등 여러 부처와 연관이 있는 만큼 총리실이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구시가 원하는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이 불가능하다면 구미산단의 폐수가 더 이상 낙동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환경부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무방류시스템 등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와 구미의 취수원 이전 갈등은 2009년부터 시작됐는데 갈등의 씨앗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다. 대구시는 구미공단 아래쪽 매곡, 문산 취수장 등에서 물을 공급받았는데 구미공단 한 업체에서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돼 대구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대구시는 식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구미공단 위쪽 낙동강 상류로 취수원을 이전하길 원했다. 하지만 구미시는 가뭄 시 수자원 부족과 수질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는 2018년 대구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태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 낙동강 하류지역인 부산·울산·경남도 수질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총리실 주재로 2019년 정부 부처, 대구시, 울산시, 경북도, 구미시 등이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낙동강 수질 개선 관련 2건의 용역을 실시했다.

지난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시가 취수원 다변화 정책 입장을 밝혔지만 구미의 반대 기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필요한 양 만큼만 해평취수장 물을 이용하고 가뭄 등으로 구미가 사용할 물이 부족할 때는 해평취수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과 연간 1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구미의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

권 시장은 “구미시민들의 수량부족, 수질악화에 대한 걱정과 오랫동안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고통을 겪었던 해평지역의 안타까운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반대로 구미산단에서 배출된 유해물질로 인해 대구시민들이 겪고 있는 먹는 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