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들이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AZ 백신 접종 후 뇌혈전(혈액 응고) 등 부작용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서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는 15일(현지시간) 국민 안전 차원에서 AZ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각각 발표했다. 앞서 덴마크와 노르웨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불가리아 등이 AZ 백신의 일부 제조단위 물량 또는 전체물량에 대한 접종을 유보한 데 이은 접종 중단 발표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날 “백신의 부작용이 접종의 효과를 넘어선 안 된다”며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 권고에 따라 AZ 백신 접종을 1·2회차분 모두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AZ 백신이 뇌 혈전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총 7건 보고됐다. 현재 독일 내에서는 160만회분의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Z 백신 접종을 중단한 국가들은 유럽의약품청(EMA)의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백신 사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MA의 예상 발표 시기는 이르면 오는 18일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MA 판단이 나올 때까지 AZ 백신 접종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며 “EMA의 평가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와 접종을 빨리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백신 접종 후 돌연 사망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이탈리아도 “전국적으로 AZ 백신 사용을 한동안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스페인 역시 전문가 평가가 끝날 때까지 최소 2주간 AZ 백신 접종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반면 백신 접종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는 국가도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AZ 백신 접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영국 전역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접종되는 건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영국과 비슷한 입장이다. 아직 AZ 백신과 혈전 형성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화상 브리핑에서 “각국에 AZ 백신을 계속 접종할 것을 당분간 권고할 것이다. 이런(뇌혈전 등 부작용 보고) 사건들과 AZ 백신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이 공황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측도 전날 성명에서 “EU와 영국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1700만여명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혈전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EMA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오는 16일 안전성 위원회를 열어 추가 정보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18일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추가 조치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EMA의 판단에 따라 유럽 전역의 백신 접종 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EMA는 AZ 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부작용에 따른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도 향후 EMA의 판단을 예의주시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23일부터 고령층 접종 효과 논란으로 보류됐던 AZ 백신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내 65세 이상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37만여명을 대상으로 접종한다는 방침을 이미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따라 23일 AZ 백신의 1호 접종자(65세 이상)가 될 전망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우선 접종하는 것은 일각의 안전성, 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MA의 판단에 따라 방역 당국의 AZ 백신 접종 계획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접종할 백신의 종류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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