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승진 불가능’…고위직 투기 집중하다 ‘하위직’ 뚫렸다

입력 2021-03-16 09:05 수정 2021-03-16 09:11

공직자 비리 ‘고위 공직자’ 우선 집중
재산 현황 잘 드러나지 곳에서 도덕적 해이
그렇다고 모든 공직자 재산 견제도 ‘난제’
공직자 비리 판단할 독립기구 필요성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두고 고위공직자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밑’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승진 불가능’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현 정권은 고위직 부동산 투기에 대해 강력히 견제를 해왔다. 그러는 사이 하위직 공무원, 공기업·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잇달아 문제가 터지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재산 등록·신고 범위 확대에 나섰지만, 그만큼 대상이 광범위해지면서 실효성 높이기가 난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직자 비리는 우선 고위직에 집중해왔다. 권한이 커지는 탓에 비리에 취약하며, 역할에 맡는 책임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강제적으로 행동에 제약을 주는 일을 모든 공직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직무관련 주식매각, 주식백지신탁, 퇴직자취업제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대부분 일정 직위 이상인 고위직이 대상이다.

공직자의 범위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직원’이다. 재산 등록 범위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국가 및 지자체 정무직 등이며, 재산 공개 대상은 1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 '가'등급 및 국가 및 지자체 정무직 등이다. 재산은 주식만 이해 충돌 업무 배제와 백지 신탁이 있다. 부동산은 관련 업무자가 내부 정보 보안 각서는 쓰지만 관련 거래 등에 대한 신고 제도는 없다.

이에 현 정권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 엄벌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고위직 승진 때 까다롭게 확인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매각해라”는 지시도 있었다.

그런데 LH사태는 사각지대에서 뚫렸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부동산에 예민하다 보니 향후 문제가 될 일은 각자 알아서 조심한다”라고 밝혔다. 지자체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 현황이 부각되는 자리가 아니면 자산 투자에 조금 더 자유롭지 않겠냐”며 “이런 곳에서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급하게 재산 등록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 거래 신고, 부동산 이해 충돌 적용 등에 나섰다. 그렇다고 모든 공직자 재산 견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내부 정보가 활용된 자산 투자는 수사 기관에서도 입증이 쉽지 않다. 정보의 비밀 여부, 정부 취득 시점과 이득 실현의 인과 관계 등은 정황상 의심할 수 있으나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각 기관장이 일일이 업무 배제와 매각 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LH사장이 직원 토지 거래 전반을 정기 조사하는 법안에 대해 국회 심사 보고서는 “공사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역량 및 권한이 있는지 모호하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부동산도 업무 배제, 매각 등이 도입된다면 재산권 침해 불만도 나올 수 있다. 주식은 부가적인 자산 투자로 안 할 수 있다. 반면 부동산은 주거 권리와 연결돼 취득을 안 할 수 없다. 업무 특성에 따라 어디까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을 지 애매하다. 적용 범위도 광범위하게 넓어질 수 있다. 공직자 공정성을 위한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내부 정보 이용은 처벌이 쉽지 않아 관련 업무자의 주거용 주택 외 취득 자체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재산권 침해는 법리적보다 가치관적 문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