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가 늦어지면서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했을 정황이 드러났다. 직원 13명으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가운데 절반이 이른바 ‘깡통’이었다는 것이다.
15일 채널A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13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통화와 SNS 대화 기록이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특히 휴대폰 내 디지털 기록들이 여러 차례 삭제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의 휴대전화는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서로 공유했는지, 또 외부로 유출했는지 여부를 밝힐 핵심 증거 중 하나다.
경찰은 늑장수사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경찰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건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으로, 강제수사가 지연되면서 이 사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경남 진주 LH 본사, 과천의왕사업본부(과천), 광명시흥사업본부(광명) 등 3개소와 LH 직원 13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직원 휴대전화, 전자문서 등을 확보했다.
당초 직원들이 지인·가족 등과 나눈 휴대전화 내 문자·통화 기록은 ‘스모킹건’을 확보할 중요한 증거로 꼽혔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로 휴대전화 데이터를 삭제한 경우, 해당 직원은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될 수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LH 직원 13명과 퇴직자 2명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LH 직원 외에 투기 의혹으로 고발된 공무원, 시의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