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펫샵에서 출처 불명의 강아지를 분양받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생산정보를 상세히 표시하지 않고 동물을 분양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피해자들은 분양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치명적인 전염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호소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40)씨는 지난해 6월 마포구 A펫샵에서 생후 8주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펫샵은 이씨에게 전염병 검사를 마친 가정 분양견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분양 1주일 만에 설사와 기침을 했고 증상이 점점 심해져 1개월 차에 고열과 경련 증상을 보였다. 검사 결과 치명적인 홍역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직장에 1개월 휴직계를 내고 밤낮으로 간호했지만 결국 사망했다”면서 “초등학생 아들은 지금도 유골함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고 전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던 이씨는 분양 계약서에 동물 생산자 정보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계약서에는 ‘OO캔넬’이라는 상호가 적혀 있으나 그외 주소, 전화번호는 적혀 있지 않았고, 문의해봐도 A펫샵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펫샵은 동물 생산자의 상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계약서에 정확히 기록해야 하며 위반할 경우 관할 시·군·구청으로부터 등록 취소 혹은 6개월 이내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마포구청에 A펫샵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는 “해당 업소는 이미 7월에 같은 내용(분양계약서상 생산자 정보 미흡)이 적발돼 구두 경고를 받았다. 이후 다시 점검해 법령을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 결과 A펫샵은 여전히 불법 분양계약서를 제시하고 있었다.
경기도 하남의 백모(47)씨는 지난해 12월 생후 2개월 말티즈를 분양받았다. 전염병 검사를 마친 가정견으로 소개받았다. 하지만 말티즈는 분양 4일 만에 파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분양계약서에 적힌 주소는 경기도 남양주의 어느 펫 경매장이었다. 백씨는 “치사율 90%니까 못 살릴 것이다. 정들기 전에 다른 개로 바꿔주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직장인 홍모(29)씨도 지난해 12월 A펫샵에서 생후 2개월 비숑을 분양받은 뒤 같은 일을 겪었다. 비숑은 1개월 만에 홍역 확진판정을 받고 수의사 권고에 따라 안락사됐다. 생산자 정보 칸에는 ‘hi’라는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취재 결과 경기도의 펫 경매장이었다. 홍씨는 펫샵으로부터 “분양 2주가 지나 배상 의무가 없다. 우리는 재판해서 승소한 적도 있으니 고소해도 시간 낭비”라는 답변을 받았다.
A펫샵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생산자 정보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자는 “상담 직원이 자주 바뀌다 보니 벌어진 실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법장소(강아지공장)에서 데려온 것은 절대 아니다. 생산자 정보는 마포구청을 통해 확인하라”고 해명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피해자 합의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다. 20대 김모씨는 지난 13일 느닷없이 분양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A펫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분양받은 비숑을 한 달 만에 홍역으로 잃었다. 김씨는 “석 달 전에는 ‘병원 갈 돈도 없는 거지새끼’라는 욕을 들었다”면서 “이제 와서 직원 실수라며 사과하는 건 핑계로밖에 안 느껴진다”고 답했다.
한편 마포구청은 A펫샵의 불법 판매를 알고도 ‘적발된 사례가 없다’는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2월 국민일보는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통해 ‘2020년 마포구청 구역 내의 동물 불법판매 현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마포구청은 ‘적발된 사례가 없다’고 답변했다. 적발했더라도 가볍게 처벌했다면 적발 건수에서 제외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제시했다.
구청 담당자는 “(A펫샵의) 분양계약서에는 동물 생산자의 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다. 동물보호법 위반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과태료나 영업정지 등이 아닌 1차 경고에 그쳤으므로 적발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는 담당자가 허위 정보를 공개해도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시·군·구청은 동물 판매자를 연 1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해야 한다. 구청 담당자는 “적발했으되 행정 처분하지 않은 경우는 농축산부에도 보고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판단이 맞느냐는 질문에 농림축산부 담당자는 “관할 구역을 점검할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므로 그들의 판단에 따른다”고 답변했다.
이성훈 김남명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