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에 배달앱 시장도 들썩…요기요는 ‘개발자 모시기’

입력 2021-03-16 00:10

쿠팡의 미 증시 안착 여파가 배달앱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쿠팡이 상장으로 확보하게 된 5조원대의 자금을 쿠팡이츠에 투자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지 아니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요기요를 인수할지에 관심이 모아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15일 대규모 투자를 통해 IT 인재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AI) 딜리버리 시스템이 적용된 ‘요기요 익스프레스’ 같은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요기요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 조직을 3년 내 최대 1000명까지 몸집을 키우고, AI 딜리버리 시스템 기술을 집중 개발할 별도 전담 조직도 꾸리기로 했다. 또 우수한 개발인력 확보를 위해 전체 R&D센터 인력의 평균 연봉 인상률을 예년보다 2~3배 이상 높게 책정해 최대 2000만원까지 인상 지급키로 했다. 이외에도 요기요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소규모 개발조직 인수 등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요기요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2조원대로 추정되는 요기요의 몸값이 너무 비싸 선뜻 인수에 나설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는 몸집도 크지만 이미 구축해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요기요를 인수하는 기업은 요기요라는 브랜드를 살려둬야할 것”이라며 “이런 부담 요인 때문에 기존 배달앱을 비롯해 유통기업들도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사용자 기준 배달앱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9.7%, 요기요 30.0%, 쿠팡이츠 6.8%, 위메프오 2.28%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 새에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키웠을 뿐 아니라 상장으로 자금력도 갖추게 된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인수해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오를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쿠팡도 한발 물러섰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최근 “M&A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옳은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배민쇼핑라이브 선공개 영상 중 일부. 배달의민족 제공

요기요를 누가 인수하게 될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기존 배달앱들은 커져가는 배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각자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독보적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의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배달앱 중에서는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인 ‘배민쇼핑라이브’를 론칭한 게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미리 충전한 금액으로 배달의민족, B마트 앱에서 결제할 수 있는 ‘배민페이머니’ 서비스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쿠팡이츠는 적극적으로 서비스 가능 지역을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이 최근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쿠팡이츠에 대한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쿠팡이츠는 수도권과 광역시, 경상도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하고,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는 서비스 지역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위메프오는 ‘공정배달’을 앞세워 지자체와의 협력을 늘려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9월부터 ‘중개 수수료 제로’ 정책을 도입한 위메프오는 서울시 제로배달유니온에 참여하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날 위메프오에 따르면 위메프오는 제로배달유니온 참여 후 3개월 만에 서울 지역 입점 점포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고, 최근 3개월간 위메프오 전체 가입 고객도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었다. 위메프오는 조만간 광주형 공공배달앱 시범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