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교외에 위치한 중국계 공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이 치솟은 뒤 미얀마 보안군이 반(反) 쿠데타 시위대를 진압해 최소 22명이 사살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하루 동안 미얀마 전역에서 39명 이상이 군경의 폭력 진압으로 목숨을 잃어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3일 38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이날 최대 도시 양곤 외곽의 가난한 산업지대인 흘라잉타야에서만 22명이 사살당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전체로 따지면 군경이 오전부터 실탄과 최루탄, 수류탄 등을 동원한 총격 진압에 나서면서 39명 이상이 숨졌다. 부상자 중 중상을 입은 이들이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군경의 학살로 20명이 숨진 지난달 28일 ‘피의 일요일’, 38명이 희생된 지난 3일 ‘검은 수요일’ 이후 또다시 최악의 유혈사태가 재연됐다.
미얀마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현재까지 총 134명의 시민들이 군부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흘라잉타야에서는 중국계 의류공장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자 미얀마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 사진 기자는 “눈앞에서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현장은 끔찍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를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미얀마에서는 반중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중국 측은 ‘미얀마 내정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입에도 소극적 입장을 취하면서 미얀마 내에선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군부가 운영하는 방송사 미야와디TV는 중국이 자금을 댄 의류공장 4곳과 비료공장 1곳에서 불이 났고 시위대가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아 군경이 발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인 공장 직원 일부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얀마 내 중국 기업의 재산과 중국인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군부는 이날 오후 양곤의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6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반 쿠데타 시위를 이끄는 마 에이 틴자 마웅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장 두 곳만 불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겨냥해 “미얀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면 미얀마 사람들을 존중하라”며 “우리는 흘라잉타야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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