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살인범인데…추모집회 강제진압 英여성 폭발 [영상]

입력 2021-03-15 16:24
국민일보 DB

영국에서 귀가 중 경찰관에 의해 납치·살해된 피해자를 위해 추모 시위가 열렸으나 경찰이 이를 강제 해산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영국 총리와 런던 시장 등도 경찰 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15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남부 클래펌에서 13일부터 밤새 이어진 세라 에버러드(33) 추모 집회를 강제 해산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 4명은 공공질서 위반과 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을 이유로 체포됐다.

에버러드는 런던 현직 경찰에게 살해된 피해자이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9시30분쯤 귀가하던 중 실종됐고 일주일 후 숲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범인은 런던경찰청 소속 웨인 쿠전스(48)로 밝혀졌다.

이후 경찰은 그를 납치 및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현직 경찰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런던 경찰 측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경찰이 “여성은 늦은 시간 혼자 외출하면 안 된다”며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커졌다.

13일 분노한 여성들을 비롯해 에버러드를 추모하는 이들이 집회에 나섰지만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 일부 여성에게 수갑을 채우고 강하게 잡아채는 영상이 SNS에서 퍼지자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에버러드를 추모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사건 이후 경찰은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는 등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Ash Sarkar 트위터

현지 언론에 의하면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진압 장면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에버러드의 죽음은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형사사법 제도의 모든 부분이 그들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우리를 결속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도 “화가 났다”며 경찰에 전체 상황 보고를 요구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경찰의 진압 행동을 두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이는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방법이 아니다. 정말 충격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런던광역경찰(MPS)을 이끄는 크레시다 딕 청장에 대한 사임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딕 청장은 런던 경찰청 사상 첫 여성 경찰청장이다.

그러나 딕 청장은 경찰 측 대응을 옹호하며 “탁상공론식으로 ‘나라면 다르게 했을 것이다’라고 말해선 안 된다. 우리(경찰)가 보기에 (앞선 집회는) 사람들의 건강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는 불법적인 시위였다”고 밝혔다. 경찰 진압을 우려한 존슨 총리와 파텔 내무장관도 딕 청장에 대한 신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버러드 추모 집회에 모인 이들. 국민일보DB

앞서 경찰은 에버러드 추모 집회가 코로나19 록다운(봉쇄) 규칙을 위반한다며 집회 진행 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영국 록다운 규칙에 따르면 야외에서 모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두 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주최 측은 13일 철야 시위를 취소했지만 현장에는 수천 명이 추모 꽃다발을 놓고 명복을 빌기 위해 클래팜 코먼에 모였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도 다녀갔다. 저녁이 되자 참가 인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자연스럽게 시위로 이어졌고,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이 이뤄지자 분위기가 더욱 격앙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