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총서 여성 사외이사 몰리는 이유…법 개정·ESG경영 강화

입력 2021-03-15 15:52 수정 2021-03-15 16:20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주요 기업 주주총회 주요 안건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를 반드시 두도록 법이 개정된 데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SK, LG,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현대차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이 교수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로,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현대글로비스는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하는 등 현대차그룹 주요계열사들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LG그룹도 지주회사인 ㈜LG가 주주총회에서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홀딩스㈜ 집행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주요 계열사가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 LG전자,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지투알 등 5개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SK㈜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한화그룹의 모회사인 ㈜한화는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주주총회에서 김선욱 전 법제처장을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17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김선욱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별도로 상정한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性)으로만 할 수 없다. 이 법은 내년 8월부터 적용되지만 기업들은 이보다 앞서 여성 사외이사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ESG 경영에 대한 기업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환경과 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는지도 주주와 고객이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훌륭한 인재를 모시기 위해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