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구혼했다고 퇴학” 파키스탄 커플의 ‘황당 사연’

입력 2021-03-15 14:48 수정 2021-03-15 14:53
공개 프러포즈하는 파키스탄 대학생 커플. 트위터 캡처

파키스탄의 한 대학 교내에서 공개적으로 구혼을 한 학생 두 명이 퇴학 처분을 받아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대학 교내에서 지난 12일 한 여대생이 연인인 남성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

SNS에 올라온 프러포즈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장미 꽃다발을 들고 남성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남성은 꽃다발을 받아들고 여성을 껴안았고,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하며 응원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이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학 측에서 이를 두고 특별징계위원회를 열고 두 사람을 소환했다. 하지만 이들은 소환에 불응했다.

대학 측은 지난 12일 “이들이 대학 규칙을 위반하고 징계위원회에도 출석하지 않아 ‘행동 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 퇴학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커플이 캠퍼스 내에 출입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퇴학 처분에 커플은 강하게 반발했다. 프러포즈를 한 하디카 자이비드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사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의 약혼자인 셰리야르 아흐메드도 “우리가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고백을 한 것이 무슨 잘못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전에도 많은 커플이 교내에서 공개 고백을 해 왔다고 폭로했다.

AFP통신은 대학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남녀관계에 대해 엄격한 파키스탄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키스탄에선 부부라도 남녀가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다.

커플이 공개적으로 프러포즈를 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여론은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파키스탄의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 와심 아크람의 아내 샤니에라 아크람은 트윗에서 “대학은 그를 쫓아낼 수 있지만 그들의 사랑을 쫓아낼 수는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베나 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딸 박타와 르 부토 자르 다리는 대학의 행동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