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부동산대책으로 약속한 주택 공급 물량은 향후 5년간 74만6000가구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파문 등에 분노한 ‘부동산 민심’에 어필하려는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공급을 약속했지만, 규모 면에서는 안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정부의 2·4 대책(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 공급)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안 후보는 15일 “제대로 된 주택공급을 막은 것이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며 “공공과 민간 협력으로 재개발을 추진해 공급을 늘리고 가수요를 진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공급과 재개발 추진 의사를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급물량 숫자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74만6000가구’ 현실화 가능성은
74만6000가구의 큰 줄기는 재개발·재건축(30만 가구)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역세권·준공업지역·유휴부지 개발(40만 가구)을 통한 대규모 공급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정비사업지구 용적률을 높이고, 역세권을 고밀개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집값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라며 “5년 내 인허가 기준으로 45만 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부지 확보와 사업기반 마무리 등 기초작업을 하겠다. 전문가들과 직접 서울을 다닌 후 도출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안 후보 구상을 높이 평가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 개발을 통해 공급한다는 부분이 좋다”며 “민간과 공공이 함께 가야 공급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급 숫자가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앞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서울시 주택이 380만호인데 5년간 74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건 누가 들어도 무리”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을 통해 36만 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대책도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건데 안 후보의 공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숫자가 무리할 정도로 크다는 느낌은 있지만,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유휴부지 선정 등 입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기 때문에 입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제가 정한 입지가 정부 2·4 부동산대책에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말했다.
역세권 개발, 소유주 설득이 최대 관건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은 지역은 사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게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에 공급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 토지주라고 할 수 있는 주민들은 수익률 극대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어떻게 현장에서 맞춤형 정답을 찾아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주민의 호응 없는 주택 공급은 어렵다”며 “일일이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며 “윈윈이 되도록 수익성을 높이고, 민간과 협력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면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 공급방식은 현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 향후 추진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 현직 서울 시의원 110명 중 93%에 달하는 102명이 여당 소속이어서 이들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대형 사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손을 잡고 가야하는데 여당도 거대 야당 소속도 아닌 안 후보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부는 최근 내놓은 부동산 공급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시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시의회도 시정에 적극 협력해 주실 것이다. 대안 없이 진영논리에 따라 반대하면 여론의 역풍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화하고 협치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혁신적 리더십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서울시장빅3 후보, 차별화 공약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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