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 내몽골(네이멍자치구)과 몽골에서 발원한 황사가 15일 수도 베이징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다. 베이징은 10년 만에 가장 큰 모래폭풍에 휩싸여 도심 미세먼지(PM10) 농도가 무려 1만㎍/㎥까지 치솟았다. 이번 황사는 북풍을 타고 16일 새벽에서 오전 사이 한국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이날 북부 지역에 있는 12개 성과 직할시에서 대규모 황사가 나타났다며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중앙기상대는 이번 황사가 최근 10년간 발생한 황사 중 가장 강하고 범위도 넓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는 황사와 강풍의 영향으로 400편 넘는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바로 눈앞에 있는 건물이 뿌옇게 보이고 바깥에 잠시만 서 있어도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로 대기질이 나빴다. 베이징의 대기질지수(AQI)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최고치인 500에 달했다.
중국환경모니터센터에 따르면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000㎍/㎥을 넘었고 북부 일부 지역은 2000㎍/㎥ 이상으로 나타났다. 황사가 극심한 지역에선 1만㎍/㎥에 육박했다. 한국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150㎍/㎥ 이상이면 일반인도 건강에 영향을 받는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1978년 내몽골을 중심으로 대규모 방풍림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국토 면적의 약 42.4%를 차지하는 동북부 및 북서부 13개 지방을 아우르는 8단계 사업이 오는 2050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왕겅천 중국사회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지난 몇년간 사막화 방지 노력으로 황사 상황이 개선됐지만 모래로 덮인 지역이 여전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황사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라고 말했다.
몽골 소방당국은 강력한 모래폭풍으로 이날 오전 기준 6명이 숨지고 548명이 실종 신고 됐다고 밝혔다. 이중 467명을 찾았지만 8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몽골에선 최대풍속 초속 30~34m의 강풍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쳤다.
한국 기상청은 시베리아 남동쪽에 바이칼호 부근에서 발달한 고기압과 중국 동북 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 사이에서 시속 50~70㎞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황사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동북 지방에 있는 저기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황사가 추가로 발원해 16일 새벽이나 아침부터 북풍을 타고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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