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반대 세리머니’ 욕설 들은 美 고교 농구팀, 우승컵 들어

입력 2021-03-15 06:00
트위터 계정 @G_4vison 캡쳐

미국 고교 여자농구 무대에서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를 하다 생중계 아나운서에게 욕설을 들은 선수들이 결국 우승을 차지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미 오클라호마주 지역언론 오클라호맨은 노먼고교 여자농구팀이 13일(현지시간) 털사 마비센터에서 결승 상대 빅스비고교를 48대 37로 누르고 오클라호마주 클래스 6A 대회 19경기 무패우승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 욕설 사건이 미 전역에 알려진 뒤 이틀만이다.

지난 11일 노먼고교 선수들은 미드웨스트시티고교와의 대회 8강전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무릎을 꿇은 채 익히 알려진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를 했다. 미국공립고교협회(NFHS) 방송 생중계 아나운서로 나선 매트 로완은 이를 지켜보다가 인종차별적 욕설(n****)을 섞어가며 “성조기에 경례는 했나. 상대에게 혼쭐이 났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를 들은 시청자들에게서 방송 뒤 항의가 뒤따르자 로완은 곧장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는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사건 당시 혈중 당농도가 높았다고 이유를 댔다. 그는 “그때 한 발언들을 보면 당연히 내가 인종차별주의자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나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을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계 당시 로완은 마이크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착각한 상태였다. NFHS 방송은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CNN방송 등 미국 전국 단위 뉴스에서도 다뤄 화제가 됐다. 이들은 인종차별 사건이 벌어진 미드웨스트고교와의 8강전을 이긴 뒤 대회 준결승에서 유니언고교를 만나 고전했으나 53대 50으로 결국 상대를 눌렀다.

이미 이 지역 순위에서 선두인 노먼고교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들의 통산 2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중도 취소된 지난 시즌에도 선두로 대회를 마쳤고 그 이전 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일부 관중들은 3연속 우승을 뜻하는 ‘스리 피트(three-peat)’를 외치기도 했다. 4학년 선수 켈비 워싱턴은 우승 뒤 인터뷰에서 “동료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친구들이다”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