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계도 램지어 비판 “제 멋대로 꾸며낸 이야기”

입력 2021-03-14 20:08
위안부 연구 분야의 선구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맨 아래)와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대 교수(왼쪽 가운데),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왼쪽 위) 등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이 발표하고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대해 각국 학계의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연구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요시미 교수는 14일 오후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 등이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술 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개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는 1938년 2월 23일 위안부 국외 이송에 관한 일본 내무성 경보국장통첩 ‘지나(중국) 도항 부녀 모집에 관한 건’ 자료를 근거로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사실상 부정했다. 해당 자료에는 만 21세 이상으로 현재 매춘(성매매)을 하는 여성 중 성병 등에 걸리지 않은 자의 국외 이송을 용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램지어는 이 통첩에 대해 성매매에 여성이 동의하고 있음을 보증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경찰에 신청하지 않으면 도항 증명서를 발급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평가했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줌 캡처, 연합뉴스

요시미 교수는 그러나 식민지에는 해당 통첩이 없어 미성년자와 매춘 전력이 없는 여성도 위안부가 됐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무성이 조건부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해외이송목적 인신매매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요시미 교수는 거짓 설명에 속아 사실상 유괴된 위안부 피해자 고(故) 송신도 할머니의 사례나, 거짓 설명에 속아 조선에서 미얀마로 이송된 20명의 조선인 여성 등을 지목하며 램지어 교수가 거론하지 않는 이런 사례는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라 명백히 해외이송 목적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부 제도라는 ‘성노예 제도’를 만들고 유지했다는 점에도 램지어의 논문은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14일 오후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를 주도한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왼쪽)와 가토 게이니 히토쓰바시대 준교수(가운데),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오른쪽). 파이트 포 저스티스, 연합뉴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계약서 등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인용했다고 밝힌 문헌에 해당 내용이 없는 경우도 있어 학술 논문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111페이지)를 근거로 몇몇 위안부는 자신이 위안소를 만들 정도로 돈을 벌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박 교수의 책 해당 페이지에는 그런 기술이 없다고 지적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논문 중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돼 있지 않거나, 제시된 증거가 반대의 것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몇 개 존재한다”며 “그가 제멋대로 꾸며낸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본다면 이 논문은 파탄이 난 것으로 학술 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