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삼킨 ‘LH 블랙홀’…정권심판론에 與 ‘백약이 무효’

입력 2021-03-14 17:32 수정 2021-03-14 19:07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정책 공약은 사라지고 분노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여권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LH 사태와 관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심을 달랠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크게 검찰의 ‘직무유기’ 비판, 특검·전수조사 등 대야 공세, 투기방지 입법의 세 갈래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범죄를 수사하라고 지시했으나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보수 언론은 법무부를 나무랐고, 야당은 추 장관을 꾸짖었다”고 썼다. 이어 “그 결과를 우리가 지금 확인하고 있다. 그런 경험에서 교훈을 얻자”며 검찰과 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추 전 장관 역시 LH사태와 부산 엘시티 특혜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거들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다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또 “오세훈 후보는 특검을 거부하고, 국회의원 전수조사도 회피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검찰 수사를 촉구했는데 이는 정치에 검찰을 끌어들이려는 발언”이라며 공세를 폈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도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야권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불법 투기 대상자 확대, 징벌적 부당이익 환수, LH 직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등이 포함된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 우선 처리에 나선 상태다. 나아가 여야와 정부,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여야정민(與野政民) 부동산 태스크포스’ 설치도 제안했다. 박수현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2·4 부동산 대책과 재발방지 후속입법을 위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야당과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여야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망라한 팀을 구성해 시민단체 의견도 들어가며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민주당의 이 같은 요구가 모두 ‘일단 선거만 넘기고 보자’는 시간끌기로 보고 무시하고 있다. 대신 문재인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LH 사태로 폭발하면서 정권심판론을 다시 전면에 세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고강도 재발방지책을 약속하고, 검찰·야당 탓도 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서울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서울시장 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누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각각 박 후보에게 18%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 대 박 후보는 53.7%대 32.3%, 오 후보 대 박 후보는 51.8%대 3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