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방 2개 월 1900달러” 틱톡, 부동산 중개앱으로 인기

입력 2021-03-14 16:03
"전망 좋은 뉴욕의 2인실, 월1900달러 입니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인 캐시 조던은 틱톡 팔로워 54만명에 이른다. 1분 미만의 영상에 매물의 가격, 위치, 실제 모습 등 알짜 정보를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틱톡 캡처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비디오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이 미국에서 새로운 부동산 거래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으로 부동산 매물의 장점을 소개하며 고객-중개인이 빠르게 가격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원격·재택근무가 활성화했다. 1년새 도시 인구는 수천명씩 순유출됐고, 빈 아파트가 넘쳐나면서 임대료 폭락 사례도 등장한다. 미국 CNN은 숨은 알짜배기 매물들이 틱톡을 중심으로 거래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대도시의 인구 유출 현황.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격근무가 활성화하자 임대료가 비싼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 등을 중심으로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CNN

코로나19 이전의 주택 수요자들은 스트릿이지(StreetEasy), 질로우(Zillow) 등 15년 이상 운영된 기성 웹사이트로 몰렸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틱톡에서 매물을 찾는다.

주로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틱톡은 중개인과 고객 모두에게 유용하다. 입주 예정자들은 단 몇 분 만에 여러 매물을 둘러볼 수 있다. 중개인들은 집 안 구석구석을 생생한 영상에 담을 수 있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인 캐시 조던의 틱톡 팔로워는 54만명이나 된다. 지난 1년간 틱톡에 매물 영상을 올려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결과다. 그의 영상 섬네일(시작화면)에는 주택 위치·가격, 방 개수 등 핵심 정보가 소개된다. 이후 1분 동안 침실, 화장실, 거실 등의 모습이 공개된다. 조던은 “틱톡 영상은 이사 준비를 편하게 해주는 매우 효과적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캐시 조던은 틱톡 최고의 스타 부동산 중개인이다. 팔로워 54만 명인 그의 계정에는 뉴욕의 신규 아파트 매물이 가득하다. 틱톡 캡처

부동산업체 GZB의 알렉산더 자카린 상무의 틱톡 팔로워는 7만8000명이다. 구독자 대부분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부모 품을 떠나려는 20대다. 자카린은 “지난해 12월은 뉴욕 임대시장에서 최근 12년 가운데 가장 바쁜 12월이었다”고 말했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중개인들은 중개수수료 할인 등 호객 행위에도 능숙하다. 대다수 중개인은 단기 세입자들을 끌어드리기 위해 중개수수료 할인, 1~2개월 임대료 면제 등을 내걸었다.

SNS 영상 편집자인 매디 히엇(25)는 틱톡을 둘러보다가 중개업체가 소개한 뉴욕 헤럴드스퀘어 근처의 아파트를 발견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계약을 맺었고 직장 동료에게 틱톡 부동산 중개를 추천하기도 했다. 동료인 아비게일 도로시는 “틱톡 덕분에 안심하고 살 집을 구했다”며 극찬했다.

시카고에서도 틱톡을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 고급 아파트 중개 전문업체 ‘치패드’의 설립자인 마이클 스캐보는 “우리 회사는 틱톡에서 월평균 15~20건의 임대 계약을 체결한다”고 전했다. 스캐보는 “틱톡은 콘텐츠를 소비자 앞에 직접 전달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질로우와 같이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자산설계사 딜런 하리아(22)는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를 틱톡에서 구했다. 그는 “틱톡이 부동산 중개 용도로 사용될 줄 전혀 몰랐다”면서 “시카고의 빈 주택 영상들을 둘러보며 편하게 집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틱톡 영상은) 정지된 사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서 좋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고가 부동산 중개업체 스트릿이지의 틱톡 채널. 100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매물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틱톡 캡처

신규 주자들의 거센 흥행을 보면서 기성 임대업자들도 틱톡에 진출하고 있다. 대형 중개업체 스트릿이지는 최근 브루클린 인근의 920만 달러(약 104억원)짜리 호화 저택, 520만 달러(약 60억원)짜리 2층 주택 등 ‘하늘 위 아파트’라 불리는 매물을 틱톡에 공개했다.

틱톡의 유행으로 부동산 업종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CNN은 분석했다. 쌍방향 소통 앱인 틱톡 덕분에 과도한 중개수수료, 매물과 관련한 정보 부족 등 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해소된다고 분석한다.

부동산업체 GZB의 자카린 상무는 “수십년 동안 부동산 업계가 무시해 온 소비자 편의가 마침내 존중받고 있다”면서 “오로지 예비 입주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고민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