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빌리 그레이엄’으로 불린 복음 전도자 루이스 팔라우가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팔라우가 폐암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팔라우는 2018년 1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3년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아르헨티나 출신 이민자인 팔라우는 전 세계 80개국에서 전도집회를 이끌며 수백만 명을 전도한 복음전도자다. 그의 집회로 회심한 사람 가운데는 중남미 국가 원수도 있었다. 그는 미국 복음주의의 대부이자 세계적 복음전도자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혀왔다. 10대 시절 그레이엄의 설교를 듣고 자란 팔라우는 1962년 그의 집회를 통역했고, 78년부터는 그레이엄의 지원을 받아 복음전도 집회를 이끌었다.
팔라우는 주로 라디오와 TV에 전도집회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중남미 지역에 복음을 전했다. 또 방문한 국가의 지도자와 만나는 자리도 모색해 이들을 직접 전도했다. 일례로 카를로스 아라나 오소리오 과테말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면담시간 12분을 훌쩍 넘긴 1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가며 복음을 전했다.
팔라우의 전도집회는 수십 년간 각지의 지역교회와 성서공회와 긴밀히 협력해 개최됐다. 이러한 협력 결과 팔라우의 전도집회는 교파를 넘어선 연합의 장이 됐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가톨릭 신자가, 러시아와 이집트에서는 정교회 그리스도인과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 그의 전도집회에 모여 예배했다. 팔라우는 76년 C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시 전도집회의 일차적 목표는 회심하지 않은 사람을 직접 회심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닙니다. 회심하지 않은 이들에게 지역 교회가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주로 사역을 펼친 팔라우는 미국의 라틴계가 백인과 흑인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백인처럼 도시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으며, 흑인 사회처럼 역사적 상처가 있지도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서구에서 복음주의 열정이 식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미국 주류 복음주의 교회는 너무 안일해졌습니다. 열정을 잃었고 옳고 그름에 관한 확신도 잃었습니다. 라틴계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 늘어나면, 복음주의 교회 자체도 변화할 것입니다.”
유족으로는 아내 패트리샤와 네 명의 아들, 손주들이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