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대학가에 후폭풍이 거세다. 입시 책임자가 물러나고 총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는 등 학내 내홍이 커가고 있다.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1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무능한 총장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박맹수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원광대 신입생 유치는 총장과 대학본부의 무능한 대처로 처참하게 끝났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추세대로면 앞으로 10년 안에 원광대라는 교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현 총장은 무엇이 대학을 위하는 것인지를 심사숙고해 구성원 모두와 학교에 해가 되는 일을 멈춰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총학생회도 가세했다. 총학은 12일 회장 명의로 입장을 내고 “모든 것이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총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은 “신입생 충원 미달과 인사·소통 불능, 협약 미이행 등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지금의 원광대는 고이고 썩었다”고 질타했다.
원광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정원 3543명 중 2833명만 모집해 충원율이 79.9%에 그쳤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입학 관리 담당자가 물러났다.
앞서 대구대에서는 김상호 총장이 신입생 모집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은 최근 한 교수가 교내 게시판에 ‘입시 실패와 관련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집행부가 출발할 것”이라는 답변을 올렸다. 김 총장은 “지난달 입시결과와 학교운영 전반에 대한 최종적 책임이 총장에게 있다는 점을 밝히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편제조정안이 나오면 4월쯤 이를 처리하고 5월 교육부 대학평가가 끝난 뒤에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대구대는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80.8%에 그쳤다.
신입생 부족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올해 한 대학에서 수백명이 미달하는 등 예상보다 큰 사태가 발생해 이 같은 진통도 여러 곳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 추가모집 인원은 162개교에서 모두 2만 6129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830명 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익산·경산=김용권 김재산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