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6개월 전 자신의 아버지가 ‘군산 아내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던 여성이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조카 물고문 살해범’과 동일 인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1은 14일 열 살 조카를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4)가 2019년 8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군산 아내 살인사건 피의자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청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A씨는 아버지가 여성 6명을 성폭행했고, 그중 대다수는 20대였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이 그렇듯 형량은 고작 8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가 출소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5번째로 맞은 아내를 혼인신고 8개월 만에 무자비하게 때려 살해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우발적으로 몇대 때렸을 분인데 여자가 혼자 걷다가 넘어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이 제 아버지”라며 “이 글을 올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고”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검찰에 협조한 부분 등에 대해 아버지가 분노하고 계신다”며 자신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른 글에서 “5~7세 무렵 아버지가 바깥을 방황하다 돌아오면 저를 꽁꽁 묶거나 매달아 두고 구타를 했다. 2~3개월 넘도록 저를 혼자 집에 두고 방치했다”며 “동네 사람들이 빵과 음료를 사 먹여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 시절 함께 살게 된 새어머니를 구타하고 성고문했고, 새어머니는 그 화풀이를 저와 언니에게 했다. 두 번째 새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붙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를 바닥에 끌고 다니며 발로 걷어차고 밟아 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이후에도 방송 등에 출연해 아버지의 만행을 폭로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결국 A씨의 아버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런 청원을 올린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A씨는 ‘학대 살인’ 가해자가 됐다. 그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20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조카 B양의 손발을 빨랫줄과 비닐로 묶은 채 머리를 욕조물에 강제로 넣었다 빼는 등 30분 이상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가혹행위에 앞서 약 3시간 동안 B양의 온몸을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마구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남편과 함께 지난해 12월 말부터 B양이 숨지기 전까지 이런 식의 학대 행위를 14차례에 걸쳐 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 부부는 올해 1월 20일 B양에게 반려견의 똥을 강제로 핥게 하고, 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무속인이었던 A씨는 B양에게 귀신이 들렸다는 생각에 이를 쫓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범행을 부인했던 자신의 아버지처럼 B양 학대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B양이 대소변을 본 상태여서 이를 씻기려고 욕조에 담근 것일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에 대한 첫 재판은 30일 수원법원종합청사 301호 법정에서 수원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조휴옥)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