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미들급 챔피언 출신 마빈 헤글러(미국)가 향년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헤글러의 아내 케이 여사는 14일(한국시간) 페이스북에 운영되는 남편의 팬 페이지에 “슬픈 발표를 하게 돼 유감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미국 뉴햄프셔 자택에서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헤글러는 1980년부터 은퇴한 1987년까지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을 지켰던 미들급 강자였다. 왼손을 사용하는 ‘사우스포’였지만 양손을 모두 사용하면서 저돌적으로 상대에게 달려드는 인파이팅 복서로 명성을 날렸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링 위의 난폭자’.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복서들이 체급을 넘나들며 타이틀을 쓸어 담을 때 헤글러만은 미들급을 고집하며 왕좌를 지켰다. 그 고집은 링 위에서도 발휘돼 단 한 번도 녹아웃(KO)으로 쓰러지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의 통산 전적은 67전 62승(52KO승) 2무 3패다. 미들급 타이틀 방어만 12차례 성공했다.
헤글러를 대표하는 승부는 1985년 토머스 헌즈를 3라운드 만에 녹아웃(KO)으로 쓰러뜨렸던 타이틀 방어전이다. 당시 ‘디 워(The War)’로 불릴 만큼 치열했던 명승부로 기억된다.
헤글러는 1987년 4월 슈거레이 레너드와 ‘세기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링을 떠났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아웃복싱을 구사했던 레너드를 헤글러는 12라운드까지 시종일관 쫓아다니며 펀치를 내밀었지만 결국 판정패했다.
헤글러는 그 이듬해인 1988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액션영화에 출연하면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헤글러는 1993년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