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격화되던 제주 제2공항 찬반 논란이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반대 여론이 많았던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계속 추진’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이후 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비판 수위가 지역 안팎에서 연일 가열되고 있다.
13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를 향해 제2공항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심 전 대표가 15일 제주를 찾아 제2공항 백지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원 지사는 “제주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일부 이야기만으로 도민을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2공항은 제주의 30년 숙원 사업이며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국책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예정지(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일방적 입장만 듣고 가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공개적인 1대1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정의당 제주도당은 즉각 논평을 내 “원희룡 지사는 중앙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고 제주도민과 먼저 소통하라”고 일침을 놨다.
정의당 도당은 “국회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이 도민 의견을 듣는 것은 고유한 의정 활동”이라면서 “반짝 이벤트에 고심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정의당 도당은 원 지사가 제2공항 최종 입장을 발표하자 지난 11일에도 “민의보다 소신이 중요하다는 원 지사는 더 이상 지사 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쓴소리를 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제2공항과 관련해 ‘나홀로 정치’라며 상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 지사의 제2공항 추진 입장은 도의회와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말한 좌남수 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장 개인 의견을 의회 전체 의사처럼 언급한 것은 독립된 도의원들의 의사결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나홀로 의장정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1일 좌남수 의장은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의장 집무실로 불러 원 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데 대해 “지사 스스로 도민사회 갈등을 키운 격”이라며 “‘나’(원 지사)를 중심에 놓지 말고 ‘도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