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대학 되길” 90대 노부부 KAIST에 200억 기부

입력 2021-03-14 13:29
KAIST에 200억원 상당 부동산을 기부한 삼성브러쉬 장성환(왼쪽) 회장과 안하옥(90) 여사 부부. KAIST 제공

“우리 부부의 기부가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90대 노부부가 무려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쾌척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브러쉬 장성환(92) 회장과 안하옥(90) 여사 부부.

황해도 남촌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장 회장은 18살에 월남해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고학(苦學)으로 대학원까지 마쳤다. 이후 무역업에 뛰어들어 화장품 용기 제조 회사를 세운 뒤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지금의 재산을 이뤄냈다.

고학생으로서 공부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 장 회장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오른팔이 되자고 자연스럽게 아내와 뜻을 모았다”며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장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에 KAIST를 선택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이는 2009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350억원을 기부한 김병호 전 서전농원 회장 부부다. 평소 이웃사촌으로 교류해 온 김 회장 부부가 KAIST에 기부한 취지에 이들 부부 역시 크게 공감한 것이다.

KAIST 발전재단 관계자는 “장 회장님 부부는 지난 10여년 간 김병호·김삼열 회장 부부의 기부금을 활용하는 KAIST를 지켜봐왔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KAIST에 힘을 보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단을 내리셨다”고 했다.

이들 부부가 기부한 부동산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80㎡ 대지 위에 건축된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빌딩이다.

지난 2일에는 해당 부동산의 명의 이전 절차를 모두 마쳤다. KAIST는 부부의 뜻에 따라 우수 과학기술 인재양성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이광형 총장을 직접 만나 KAIST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KAIST가 세계 최고대학으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며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여사는 “부부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광형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11시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장성환·안하옥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