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경찰 앞 무릎 꿇은 수녀 “기꺼이 죽으려 했다”

입력 2021-03-14 11:31 수정 2021-03-14 11:35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미치나에서 8일(현지시간) 한 수녀가 진압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만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부 쿠데타로 연일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무장 경찰들에게 무릎을 꿇고 시위대에 발포하지 말 것을 호소한 수녀가 “나를 쏘면 기꺼이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미얀마 북부 미치나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누 따웅(45) 수녀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안 수녀는 지난달 도로 한복판에서 무장한 경찰 앞에 무릎을 꿇고 무력 진압을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당시 경찰들에게 “정녕 쏘겠다면 나를 대신 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수녀는 “당시 경찰과 보안군에게 쫓기던 시위대가 성당으로 피신한 상태였다”며 “그들을 지키려면 내가 성당에 머물러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나를 쏘면 기꺼이 죽으려 했다”면서 “내 눈앞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머리에 총을 맞은 남성이 바로 옆에서 쓰러지는 것을 본 적 있다며 “우리는 살려고 도망쳤고 경찰은 계속 총탄을 쐈다”고 했다. 또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군부 통치하에서 유년기를 보낸 안 수녀는 “어릴 때 군부가 이웃을 죽이는 것을 봤다”며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기만 해도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문민정부 아래서 지낸 5년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이제 사람들은 언제 붙잡혀 갈지, 언제 죽을지 몰라 낮이고 밤이고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는데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군부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며 누적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