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준법위 논의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신규 취업 행위를 하지 않아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준법위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삼성전자와 준법위에 따르면 오는 19일 준법위 정기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는 지난달 16일 열렸던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에 대한 1차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법무부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취업제한 대상을 ‘형 집행이 종료된 경우’로 명시해 집행 중인 상태에서는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 측은 형이 집행 중인 데다 미등기 임원이면서 보수도 받지 않고 있으므로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수감 중이더라도 부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할 것을 요청했다.
준법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과 법의 취지를 폭넓게 해석해 수감 중이라도 물러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충돌 중이다.
130억원대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최근 집행유예 기간이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박찬구 회장에 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은 ‘형이 집행 중인 상태에서도 취업제한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법 조항을 폭넓게 해석했다. 이런 결과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내려놓는다면 옥중 경영마저 어려워 경영에 차질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사면복권이 되거나 법무부에 취업 허가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