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서평리와 동평리 일대. 이 지역을 포함한 6.75㎢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오는 2027년까지 오송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곳이다. 지난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지역공약으로 선정됐다.
농로를 지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수십 곳의 논에는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고 60㎡ 안팎의 조립식 건물인 일명 ‘벌집’이 한 곳에 적게는 4채, 많게는 10채씩 모두 30여 채가 들어섰다.
한 곳을 들여다보니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검침된 상수도사용량은 ‘0’이었고 전기 계량기는 멈춰 있었다. 도로명 주소 팻말과 가스통 등이 있었지만 사람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인기척도 없었다. 토지보상이나 ‘딱지’로 불리는 주택(상가) 입주권을 노린 부동산투기가 의심된다.
충북도가 국토교통부 발표 10개월 전인 2017년 11월 이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 고시했지만 투기 광풍을 막지 못했다. 산업단지 개발 전 보상을 염두에 둔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벌집들은 이 일대가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으로 묶이기 2개월 전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았다. 건물이 준공된 시점은 2018년 3월이다. 국토부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하기 5개월 전이다. 다른 벌집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
사전 정보를 입수한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 개발 예정지 토지 수용·보상 절차는 국토부 국가산단 지정·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오송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전에 이미 산업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벌집 한 채당(60㎡) 건축 비용은 2000만~3000만원 정도인데 딱지를 팔아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확실한 사전 정보 없이 투자를 누가 선뜻 하겠느냐”며 “청주 사람이 아닌 외지인들의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주의 또 다른 산업단지 조성지인 넥스트폴리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예정지인 청원구 장성마을 곳곳에는 40~190㎡ 규모의 간이 주택과 조립식 창고, 농지 묘목이 널려 있었다. 어림잡아도 50채는 넘었다. 이곳에는 지난해 6월부터 벌집이 난립했다고 한다. 충북도의회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한 시점이다. 충북개발공사는 이 일대에 2028년까지 189만1574㎡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경찰은 개발예정지 주변 수상한 토지거래를 들여다보는 전방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도는 오송 국가산업단지와 넥스트폴리스산업단지와 음성 맹동 인곡산업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한 투기행위 조사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도는 오는 15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대상자로부터 각각 동의서를 받아 토지거래 내역을 국토교통부에 의뢰할 방침이다.
충북경찰청도 부동산 투기 관련 범죄를 전담할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동산 내부정보 부정 이용, 개발예정지 농지 부정취득·토지 불법 형질변경 등 보상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 불법전매·차명거래·미등기전매·불법중개 등을 단속한다.
청주시 역시 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한 공직자 등의 투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시는 자체 조사에서 부당한 토지 거래가 의심되는 공직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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