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은 적 없다” 구미 3세 미스터리, 프로파일러 투입

입력 2021-03-14 06:41 수정 2021-03-14 11:16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출산 직후 딸과 손녀를 바꿔치기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할머니 행세를 했던 친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할 당시 취재진에게 “딸을 낳은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사라진 진짜 손녀의 행방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자신의 출산은 물론 신생아 바꿔치기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프로파일러들을 전격 투입해 조사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석씨의 심리적 안정을 살피면서 범행 내용을 실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외할머니 행세를 했던 석씨가 유전자(DNA) 검사로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그가 자백해야 사라진 또 다른 여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출생 직후 바꿔치기 된 것으로 보는 또 다른 3세 아동의 행방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이미 숨졌을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도 재검토하고 있다. 석씨가 출산 당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기 위해 구미시에 협조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구미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모(22)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찰은 친모인 김씨가 홀로 숨진 여아를 키우다가 재혼 등을 이유로 3세 딸을 수개월간 빈집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김씨도 경찰 조사에서 “전남편과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 달가량이 지나 나온 유전자(DNA) 검사 결과에서 숨진 여아의 친모는 김씨 어머니인 석씨로 밝혀졌다. 석씨가 그동안 숨진 여아 외할머니 행세를 한 까닭에 구속된 딸 김씨도 이러한 검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가 딸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딸이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해 지난 11일 구속했다. 그러나 석씨는 검거 후부터 줄곧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병원 출산 기록 등도 남아 있지 않아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석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도착한 직후 ‘숨진 아이가 본인의 딸이 맞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 딸(B씨)이 낳은 딸이 맞다”며 자신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답해 대중을 공분시켰다.

경찰은 숨진 3살 여아는 김씨 어머니인 석씨가 낳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김씨가 낳은 여아는 출생신고 이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숨진 아이와 바꿔치기 된 또 다른 아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석씨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구미시청 아동복지과와 협조해 바꿔치기 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석씨와 접촉자 중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석씨가 지목한 내연남 2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했으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석씨의 현 남편도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관계 불일치로 나왔다. 경찰은 석씨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