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서 숨진 LH 직원 투기 명단엔 없지만 첩보 있었다

입력 2021-03-14 05:05 수정 2021-03-14 10:10
좌측은 LH파주사업본부, 우측은 LH직원이 2019년 토지를 산 뒤 설치한 컨테이너 현장. 연합뉴스

경기 분당에 이어 파주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부급 직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직원은 정부가 발표한 투기 의혹 조사대상자 20명에 포함된 인물은 아니다. 다만 투기 의혹 첩보가 경찰에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5분 경기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컨테이너에서 LH 파주사업본부 직원 A씨(58)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원을 파악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새벽 가족과 통화한 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동산 관련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는 데다, 가족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2일 정상 출근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그는 택지개발사업 지구에서 아파트 공사 감독업무를 담당해왔다고 한다. 시신이 발견된 컨테이너는 A씨가 2019년 2월 토지를 산 뒤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LH 직원 투기 의혹 조사 대상자 20명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산 땅은 맹지인 데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A씨는 이곳에 농막을 지어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언론은 A씨가 산 땅 주변에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나들목(IC)과 산업단지 개발이 예정됐거나 조성 중이라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2016년 A씨가 이 땅을 매입한 뒤 3㎞ 근방에 개발이 예정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11일 경찰에 부동산 투기 관련 첩보로 접수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에 착수하지 않았으며 A씨와 접촉하거나 연락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A씨 사망과 별개로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 유족과 동료들을 대상으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9시40분쯤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에서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B씨(56)가 투신했다. B씨의 집에서 ‘국민께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한편 LH 측은 간부급 직원이 잇따라 숨지자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LH는 입장자료를 내고 “조사 초기 단계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는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직원에게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