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 도시, 심훈 프로젝트, 문화공간 이육사…역사인물 마케팅이 뜬다

입력 2021-03-13 08:56 수정 2021-03-14 11:52

서울 자치구들이 역사 인물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해당 지역 출신 역사 인물을 발굴해 도시브랜드로 만들거나 기념사업 또는 기념공간 조성을 통해 지역을 널리 알리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다.

관악구가 만든 강감찬 장군 캐릭터

‘강감찬 도시’를 내세운 관악구가 대표적이다. 관악구는 강감찬 축제와 함께 고려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나 성장한 ‘강감찬 도시 관악구’를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남부순환로 시흥IC~사당IC 구간에 ‘강감찬대로’ 명예 도로명을 부여했고,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은 ‘강감찬역’으로 함께 병기가 확정돼 사용 중이다. 강감찬 캐릭터와 탄생설화, 귀주대첩 승전보 등으로 꾸며진 강감찬 테마버스도 운영중이다. 구가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정기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8명은 ‘강감찬 도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강감찬 축제를 통한 강감찬도시 브랜드 확산에 기대감을 보였다.


동작구는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소설가, 언론인이었던 독립운동가 심훈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심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 장르의 지역예술가에게 문화콘텐츠를 발굴‧창작하도록 장려해 수준 높은 지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훈 프로젝트는 오는 10월~11월 심훈 1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및 전시 등 다양한 연계행사로 진행될 계획이다.

동작구 흑석동 심훈 문학공원에 설치된 심훈 동상.

동작구는 지난 2014년 舊흑석체육센터 옆 효사정입구에 2.7m의 문학비를 세우고 태양광 조명 등을 설치해 주민들이 치열한 삶을 살았던 불멸의 시인 심훈을 기억하며 시를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도봉구 함석헌 기념관

도봉구는 함석헌 기념관과 김수영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쌍문동에 개관한 ‘함석헌 기념관’은 1901년 평북 용천군에서 태어나 험난한 근현대 격동기 시대를 겪어오면서도 역사와 사상, 독립운동, 민주화 및 인권운동에 헌신했던 함석헌 선생이 타계 전 7년 동안 거주하였던 가옥에 유품 전시실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김수영 문학관은 지난 2013년 기존 방학3동 문화센터를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1층은 전시실과 수장고, 2층은 북카페 및 서재 복원, 3층은 도서관, 4층은 각종 추모행사가 가능한 강당으로 꾸며지고 옥상은 정원으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한다. 또 김수영 시인의 동상과 시비를 설치하고 도봉산 자락에는 김수영 생가도 보존해 ‘김수영 거리’라는 독특한 문화 명소로 탈바꿈했다.

중랑구는 망우리공원에 조성된 유관순 열사 분묘 합장 묘역을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어르신, 장애인 등 보행약자를 위해 무장애 데크로드 설치하는 등 진입로를 정비했다. 지난해에는 분묘 합장 묘역에서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기 추모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태조 이성계가 자신이 죽은 뒤 묻힐 능을 정하고 “이제야 근심을 잊겠다”고 해서 망우(忘憂)라 불린 망우리공원은 이름 없는 묘역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 박희도 목사, 위창 오세창 선생과 같은 독립운동가, 이중섭, 박인환과 같은 예술인 등 우리나라 근현대의 내로라하는 60여분의 역사적 인물들이 안장돼 있다. 중랑구는 망우리공원 순환도로를 정비해 5.2㎞의 산책로를 만들어 ‘사색의 길’이라 명명했다.


성북구는 독립운동가 이육사 선생이 1939년부터 종암동에 거주하며 대표작 ‘청포도’를 발표한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공간 이육사’를 조성했다. 이육사를 기념하는 전시실과 지역 내 문화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주민의 문화생활을 돕고, 새로운 지역문화를 가꾸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강서구 허준박물관

강서구는 겸재정선미술관과 허준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궁산 자락에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은 진경산수화풍을 완성한 겸재 정선의 위대한 예술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9년에 개관했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풍이 절정기로 치닫던 1740~1745년 양천현(강서구 가양동 일대)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연강임술첩 등 걸작의 진경산수 작품들을 남겼다. 가양1동에 있는 허준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한의학 전문박물관으로 2005년 개관했다. 허준은 강서구에서 태어나 박물관 옆 허가바위에서 동의보감을 집필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