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기록·출생신고도 없던 아이…‘사라진 손녀·친부’ 찾는 중

입력 2021-03-13 07:02

경북 구미 빌라에서 홀로 방치됐다가 숨진 3세 여아의 최초 발견자이자 신고자인 외할머니가 DNA 검사 결과 친모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숨진 아이는 출생신고도 출산기록도 없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사라진 진짜 손녀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반미라 상태로 발견된 3세 여아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는 아이를 최초 발견한 외할머니 석모씨(48)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석씨는 딸인 김모씨(22)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고 있었다. 석씨는 딸이 이사를 간 뒤 방을 치워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로 딸의 집을 찾았다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8월 키우던 아이를 집에 둔 채 이사를 간 사실을 확인한 뒤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딸 김씨는 재혼한 남성과 살기 위해 아이를 빈집에 홀로 두고 인근 빌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재혼한 남성과의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석씨는 같은 건물 위·아래층에 살면서 딸과 왕래가 없었다. 딸이 이사간 뒤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집을 찾았다가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긴급체포된 석씨의 딸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시신을 기반으로 DNA 검사를 실시한 결과 숨진 아이는 김씨도 이혼한 전남편도 모두 친자 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당황한 경찰은 외할머니와 주변인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법적으로 외할머니자 최초 신고자였던 석씨가 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와 김씨는 자매였던 것이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가 바뀌었을 확률까지 감안해 3차 정밀건사와 확인검사까지 모두 마쳤지만 친모는 외할머니인 석씨였다. 그러나 석씨는 “아니다. 내 딸이 낳은 딸이 맞다”며 숨진 아이가 손녀라고 주장했다. 석씨는 단호히 자신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석씨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산을 했을까? 경찰 조사 결과 석씨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거나 초음파 검사 등을 위해 병원을 찾은 기록은 물론 아이를 낳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씨의 딸 김씨는 숨진 아이를 자신의 딸로 믿고 있었다. 경찰이 숨진 아이가 본인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자 김씨는 믿을 수 없다며 매우 놀랐다고 한다.

김씨는 숨진 아이가 자신과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철석같이 믿고 출생신고까지 했다. 자신의 딸로 출생신고 된 아이는 동생이었다. 경찰은 석씨와 딸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했고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출산과 출생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파 등 민간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출산한 뒤 아기를 집에 데려가지 못하고 위탁모 등에게 맡겼을 가능성도 있어 위탁모도 함께 수소문하고 있다. 경찰은 구미시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읍·면·동장 등에게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사라진 아이가 숨졌을 가능성도 대비해 지난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을 모두 재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또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석씨의 내연남을 비롯해 4명의 남성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친부로 확인된 사람은 없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