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KB손해보험 이상열(56) 감독이 12년 전 박철우 폭행 사건 재점화로 논란에 휩싸이자 결국 자진 사퇴했다.
KB손해보험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감독이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KB손해보험은 이 감독은 12년 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KB손해보험 배구단은 이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고 남은 2020-2021시즌은 코치 중심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하되 이경수 코치에게 임시로 감독대행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며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감독은 또 “출신 팀에서 잠시나마 감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처럼 KB배구단을 항상 사랑으로 응원하겠다”며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1989년 럭키 금성 배구단에 입단해 프로선수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09년 박철우(한국전력)를 폭행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당시 박철우는 상처투성인 상태로 기자회견에 임해 이 감독의 폭언과 폭행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로 인해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이 감독은 2년 뒤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이후 대학 감독과 해설위원직을 병행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 감독에 부임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배구계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난 경험자라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 중이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박철우는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라는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감독이 최근까지 ‘박철우만 아니었으면 맞았다’ 등의 발언으로 선수들을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박철우는 “12년이 지났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사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안 해도 된다. 보고 싶지 않다. 바라는 건 전혀 없다.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분노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