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쿼드(Quad) 정상들은 현지시각으로 12일 첫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쿼드의 정신’으로 명명된 공동성명은 5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중국을 겨냥,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쿼드 정상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의지도 재확인했으며 일본이 대북접근에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도 요구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중국 견제 협의체로 불리는 쿼드(Quad)의 4개국 정상은 12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의 안보 증진과 위협 대응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회의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석했다.
회담 직후 낸 성명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은 물론 이를 넘어서서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법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규칙 기반의 질서를 촉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동 비전에 단합해 있다”고 한 정상들은 “자유, 개방, 포용과 민주적 가치에 닻을 내리고 억압으로부터 제한을 받지 않는 지역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숙원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 필요성도 확인했다.정상들은 연말까지 대면 정상회담을 여는 동시에 외교장관이 자주 소통하며 일 년에 최소 1회 회담을 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쿼드가 2004년 쓰나미 대응 협력을 위해 탄생했다고 상기한 뒤 역내에 직면한 안보 도전 등이 새로운 목적으로 4개국을 다시 소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다분히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4개국 정상은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사이버 공간과 핵심 기술, 반테러리즘, 인도적 지원, 해상 영역 등의 공동 과제 대응을 약속했다. 우선 인도태평양에서 공정한 백신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인도 제약회사가 내년 말까지 백신 생산용량을 10억 도스(1회 접종분)로 늘릴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펼치는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있다는 평가다. 정상들은 또 미래의 핵심 기술에 대한 협력과 함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해상 질서에 대한 도전 대응을 위해 국제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스가 총리는 회의에서 자신이 주변 수역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는 강한 목소리를 냈고, 이 문제에 관해 다른 정상과 협력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백신 배포 ▲핵심적이고 새로운 기술 협력 ▲기후변화와 관련된 실무그룹을 만들어 전문가와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했다.
쿼드는 2004년 인도양의 쓰나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가 2007년 ‘4자 안보대화’라고 명명되며 합동해상훈련까지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과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시절인 2017년 부활해 지금까지 실무급 회의는 물론 3차례 외교장관 회담까지 개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외교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공언하면서도 미국의 최우선 외교정책 지역인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협의체로서 쿼드만큼은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공동성명 요지다.
『쿼드 정상들의 공동성명: 쿼드의 정신
1. 우리는 호주와 인도, 일본, 미국 간 4자 협력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하려고 모였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공동의 비전에 단합돼 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폭넓고 건강하고 민주적 가치에 닻을 내리고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지역을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국제적 황폐화와 기후변화 위기, 지역이 직면한 안보도전은 새로워진 목적과 함께 우리를 소집한다. 쿼드 첫 정상회의라는 오늘의 이 역사적 계기에 우리는 우리 시대의 도전 규정에 있어 우리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다.
2. 우리는 다함께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인도태평양과 그 이상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초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 증진에 전념한다. 우리는 법치, 항행 및 영공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적 가치, 영토적 온전성을 지지한다. 충분한 잠재력과 함께 쿼드는 미래를 기대한다. 보편적 가치에 기초해 민주적 견고함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보 유지를 추구한다.
3.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가장 시급한 국제적 도전을 감안하게 한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19의 경제·보건상 타격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와 싸우며 사이버 공간과 핵심적 기술, 대테러, 양질의 인프라 투자, 인도적 지원, 재난 대응, 해상 영역을 포함해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약속한다.
4. 우리 국가들이 보건안보에서 이룩한 진전을 토대로 우리는 경제회복을 촉진하고 국제보건에 이득이 되도록 안전하고 부담가능하며 효과적인 백신 생산과 공평한 접근 확대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보건과 안전에 대한 꾸준한 약속과 함께 우리는 누구도 팬데믹이 계속되는 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백스(COVAX) 등 다자기구와의 긴밀한 조율 속에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평한 백신 접근 강화에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WHO의 투명하고 결과에 기초한 개혁을 촉구한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국제적 우선순위라는 걸 인정하는 데 단합돼 있으며 모든 국가의 기후행동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핵심기술에 대한 협력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돼 있는 해상영역의 국제법적 역할을 계속 우선할 것이고 동·남중국해의 규범에 기초한 해상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안보를 포함한 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전념을 재확인하고 일본인 납북자 사안에 대한 즉각적 해결 필요성을 확인한다. 미얀마와 주민에 대한 오랜 지지자들로서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 이러한 목표 등의 증진을 위해 우리는 쿼드 관여에 대한 전념을 배가할 것이다. 우리는 의학·과학·재정·생산·배포·개발능력을 통합하는 한편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배포에 대한 혁신적 약속의 시행을 위해 백신 전문가 워킹그룹을 신설할 것이다. 우리는 국제표준 및 미래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협력 촉진을 위해 핵심적 신기술 워킹그룹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또 기후워킹그룹도 마련할 것이다. 우리 전문가들과 고위 관료들은 계속 정기적으로 만날 것이다. 우리 외교장관들은 자주 대화하고 최소 연 1회 만날 것이다. 정상 차원에서는 2021년 말까지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다. 이런 관여의 포부는 시기적으로 들어맞는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역사적 위기에 대응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